# 6. 결국 피그마를 켰다

Claim: 피그마를 켰을 때 막힌 것은 툴 조작법이 아니라 각 요소의 존재 이유였다. 버튼 하나의 상태와 크기와 묶음을 정하려면 이게 왜 있어야 하는지에 먼저 답해야 했고, 이미지에서는 예쁘니까 넘어갈 수 있었던 것들이 직접 배치하는 순간 전부 질문으로 돌아왔다.
Evidence: 이 절에 실린 첫 초안이 그 상태의 기록이다. 텍스트 정렬은 코덱스의 컴퓨터 유즈로 교정받았다. 그 외에는 반증 불가능한 자기 보고다.
Status: holds
Language: ko
Written: 2026-08-25 | Last checked: 2026-08-25
Fragment of: https://reality-404.com/n/my-codex-journal/ — "반나절이면 될 줄 알았습니다"
Canonical: https://reality-404.com/n/my-codex-journal/h/figma-asks-why-it-exists.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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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laim above is written in the language named on the Language line, and it
is quotable as it stands only in that language. A translation of it is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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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목업 작업도 한계가 왔습니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미 많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저건 아니다 싶은 금지 사항도 많이 생겼습니다.

근데 그걸 한 화면에 합칠 수는 없었습니다.

합쳐달라고 하면 마음에 드는 부분까지 다시 변했습니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원하는 게 정확하게 있는 사람이 피그마를 켜는 게 빨랐습니다.

문제는 제가 피그마를 거의 다룰 줄 모른다는 사실뿐이었습니다.

단지 머릿속에

모델이 뽑아준 목업을 어떻게 키메라처럼 이어 붙일지에 대한 설계와,

예쁜 코덱스라는 열망만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피그마로 처음 더듬더듬 그려본 초안. 피그마 툴에 대한 개념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파워포인트 같은 툴인줄 알고 접근했다가 텍스트 정렬이 안되어서 코덱스의 컴퓨터 유즈로 교정을 받았다.](/media/my-codex-journal/6.png)

컴퓨터 유즈는 신이야.

코덱스의 컴퓨터 유즈는 이런 저에게 과외 선생님이 되어주었습니다.

사실 그냥 스크린샷 찍기 귀찮고 그런 것도 있긴 했지만,

저는 제가 원하는 게 정확히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걸 그리려면 피그마에서 무엇을 딸깍 해야 하는지 코덱스에게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컴퓨터 유즈는 여기서 진짜 왕초보의 학습 곡선을 엄청나게 단축시켜주었습니다.

이런 복잡한 툴을 배울 때 초보가 가장 막히는 부분은 바로

시키는 대로 했는데 안 됨.

입니다.

분명히 강의나 책에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제 화면은 뭔가 이상합니다.

이런 경우 99퍼센트는 사용자의 과실입니다.

문제는 초보는 자신이 무슨 과실을 저질렀는지조차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뭘 고쳐야 하는지 몰라 이 단계에서 시간을 엄청 허비하고, 포기하기 일쑤입니다.

이때 컴퓨터 유즈로 코덱스한테

화면 보고 제가 뭘 잘못했는지 알려주세요.

라고 읍소하면

ㅋ 여기 오토레이아웃이 안 되어 있음.

하고 알려줍니다.

이게 진짜 엄청납니다.

거기서부터 저는 그런 메뉴나 단추가 있는지조차 몰랐는데, 일단 그 존재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모델에게 엥 그게 뭔데, 왜 이 프레임이 안 움직이게 되는 것이냐고 꼬치꼬치 물어볼 수 있습니다.

벡터처럼 직접 조작하기 힘든 부분은 진짜 코덱스 컴퓨터 유즈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금방 그렸느냐.

그럴 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리기 시작하니 새로운 산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 그거 마음에 드는 이미지 깔고 트레이싱하면 금방 나오는 거 아니냐?

겸사겸사 피그마 툴도 좀 공부하고. 쫌만 하면 되겠지.

였습니다.

문제는 피그마 조작법 따위가 아니었습니다.

버튼 하나를 그립니다.

그러면,

이 버튼이 그냥 있을 때, 눌렀을 때, 활성화되었을 때를 생각하다가 결과적으로 존재론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이게 왜 있어야 하지?

진짜 있어야만 하나?

크기를 정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게 그렇게 그만큼 중요해?

오토레이아웃이 처음엔 원망스러웠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왜 얘들이 한 그룹인데?

이것에 대답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이미지에서는 그냥 예쁜데? 그냥 들어가면 안 됨? 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것들이

제 손으로 직접 배치하기 시작하니 전부 질문이 되어 부메랑처럼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또 배움이 시작되었습니다.

피그마는 단순히 목업을 그리는 벡터 툴, 코드 붙어 있는 포토샵 같은 게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지금의 저에게는,

제가 왜 이 화면을 이렇게 만들고 싶은지 설명하게 만드는 도구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왜 디자인 시스템이라는 것이 필요한지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다음의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