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만 한 것이 남을 때까지

Claude Atlas 작업 후기 — 바깥 겹부터 벗겨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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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ropic Economic Index — 방법론까지 공개된 2026-05 스냅샷. https://www.anthropic.com/economic-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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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국 공개. 통계 필터 1회와 사람의 선택 1회를 거친 결과이며, 나머지 101개국은 여기 없다.

겉잎 · 0겹

claudeatlas.reality-404.com

지도가 있고, 20개국이 있고, 그 위를 클로드 마스코트(이름이 claw였던가)가 꼬물꼬물 걸어다닙니다. 시작 페이지에는 "이 20개국은 두 번 필터링되었습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가 지금 보이는 표면입니다. 아래로는 이걸 한 겹씩 벗겨내면서 쓰겠습니다. 아티초크 다듬는 영상 보신 적 있나요? 딱 그 순서입니다.

1겹 — 꼬물꼬물의 값

벗기면 나오는 것: 파이썬 스크립트로 돌린 Blender.

일관성 있는 애니메이션 스프라이트가 필요했고, 손으로 그리는 대신 스크립트로 뽑았습니다. 기본 팔다리 위치 정도만 제가 손봤고 나머지는 Opus 5가 했습니다.

여기서 좀 웃겼던 건, 얘가 스스로 검증 게이트를 만들어서 통과 여부를 아주 빡세게 잡았다는 겁니다. 프레임이 조건에 안 맞으면 자기가 반려하고 다시 돌립니다. "일 좀 살살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ㅋㅋㅋ

꼬물거리는 그 몇 픽셀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2겹 — 20이라는 숫자

벗기면 나오는 것: 인간이 손으로 개입한 흔적.

원래는 표준편차 기준으로만 뽑았습니다. 평균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나라들. 그랬더니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가 선정됐습니다.

통계적으로는 그게 맞는 답인데, 지구를 한 바퀴 도는 탐사라는 컨셉이 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머지는 대륙별로 적절히 분포되도록 제가 직접 골랐습니다.

즉 이건 통계가 한 번, 인간이 한 번, 두 번 필터링된 20개국입니다. 그래서 시작 페이지에 그렇게 적었습니다. 이 물건이 무엇을 끌고 왔고 무엇을 보여주지 않기로 했는지를 대놓고 드러내는 게 낫다고 봤거든요.

통계란 결국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지 선택하는 행위니까요.

그런데 왜 하필 아프리카였나

표준편차로 뽑았을 때 아프리카 국가들이 우르르 걸려 나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나라들에서 평균 대비 가장 튀는 항목이 하나같이 교육이었거든요.

전 세계 평균으로 "교육·학습" 요청은 13.23%입니다. 알제리는 32.55%, 잠비아 28.79%, 짐바브웨 28.7%, 나미비아 28.42%, 부르키나파소 28.4%. 교사·사서 직군의 업무에 해당하는 대화 비중도 전 세계 12.79% 대비 짐바브웨 20.25%, 알제리 19.96%로 뜁니다.

여기서 제가 걸렸습니다. AI랑 교육을 붙여놓으면 저는 반사적으로 "AI 사용법 교육"을 떠올리거든요. 그런데 대학생 때 아프리카로 교육 봉사를 갔던 기억이 겹치면서, 이거 혹시 교육이라는 행위 자체에 모델을 쓰는 건가 싶었습니다.

커넥터한테 물어봤습니다. 한 단계 더 내려가면 작업 목록이 나옵니다. 짐바브웨에서 가장 많은 세 가지:

  1. 학생의 질문에 답하기 — 3.62% (전 세계 1.15%)
  2. 수업 계획, 유인물, 시험 문제 만들기 — 3.18% (전 세계 0.61%)
  3. 학습 자료나 퀴즈 만들기 — 2.41% (전 세계 0.98%)

잠비아, 우간다, 르완다, 보츠와나, 알제리 전부 같은 모양입니다. 산출물 유형에서도 '교육 자료'가 짐바브웨 9.58%로 전 세계 평균(2.83%)의 세 배가 넘고요. 요청을 더 쪼개면 숙제 관련이 17.56%(공부 자료 7.79%, 퀴즈 4.23%), 수업 설계가 3.24%.

양쪽 다입니다. 배우는 쪽이 제일 크고, 그 옆에 가르치는 쪽이 전 세계 평균의 3~5배로 붙어 있습니다. AI 사용법을 배우는 대화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여기 중요한 단서가 하나 붙습니다. 이 데이터는 "교사가 쓴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교사가 흔히 하는 일에 해당하는 작업에 쓰인다"고만 말합니다. 누가 그 창을 열었는지는 안 알려줍니다. 그런데도 저는 자꾸 사람을 상상하게 되고, 그 상상이 데이터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교육 격차를 좁히는 도구로서의 모델. 'AI 교육'이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오는 자리에서는 잘 안 떠오르는 얼굴입니다.

3겹 — GDP가 아닌 이유

벗기면 나오는 것: 제가 안 한 생각.

국가가 120여 개국이고 다 담을 수 없으니 골라야 했습니다. 15~20개국까지는 빠르게 합의했고, 그다음 제 머릿속에 자동으로 떠오른 건 이거였습니다. 보통 GDP 순으로 줄 세우지 않나?

그게 함정이라는 게 Claude의 지적이었습니다.

저는 장기 메모리를 잘 쓰지 않습니다. 매번 그 세션에만 집중합니다. 제가 가진 관습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모델이 학습한 코퍼스 안에서 트리거되기 쉬운 무언가를 너무 빨리 활성화시킬까 봐서요. 보통은 그 지름길이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모델한테 원하는 건 제가 못 본 상자 밖이라, 이런 지적이 반갑고 소중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저는 이런 통계가 제1세계 위주로 잡힌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저도 제1세계 위주로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게 틀렸다는 게 아니라 — 다른 나라에서도 모델을 쓴다는 사실 자체가 안 보이고 있었다는 겁니다. 제3세계에서 소수만 접근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넘어서, 121개국에서 Claude Code를 쓰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

모델과 인간 문명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 제1세계, 그것도 특정 국가에 몰려 있다는 걸 생각하면 좀 이상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건 그냥 대시보드로 뽑았으면 닿지 않았을 생각입니다.

(저는 통계 비전문가고, 사람은 보통 자기 코퍼스 안에서만 생각하니까 제 생각이 짧아서 그런 거예요. 짧으니까 그 바깥에서 모델이 오염이나 균열을 던져주길 바라는 거고요.)

4겹 — 순위표를 버린 자리

벗기면 나오는 것: 재미없던 첫 시도.

처음엔 국가별 차이를 순위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일반적인 쿼리로 뽑아보니 예상 그대로였고, 예상 그대로라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순위를 보여줄 거면 대시보드를 만들지, 굳이 지도 위에 올릴 이유가 없잖아.

그러다 제가 이 커넥터에 맨 처음 물어봤던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보통 어떻게 쓰나?

여기서 Claude가 제안을 했습니다. 국가별로 평균보다 무엇에 더 많이 쓰는지 보자고. 나라별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할지는 모르겠지만, 용도가 다르다면 그건 재밌겠다 싶어서 그대로 갔습니다.

지금 사이트에 남아 있는 축은 순위가 아니라 편차입니다. 그 전환이 여기서 일어났습니다.

한국은 코딩일 줄 알았는데

국가별 통계를 처음 봤을 때 저는 한국이 당연히 코딩 압도적일 줄 알았습니다. 여기 사니까요.

절반만 맞았습니다. 직군으로 보면 컴퓨터·수학 계열이 22.56%로 1위인 건 맞는데, 전 세계 평균이 23.8%입니다. 평균보다 낮습니다. 요청 주제로 봐도 소프트웨어 개발은 10.42%로 전 세계 평균 11.51%보다 아래고, 순위로는 4위예요.

한국에서 2위는 리서치입니다. 13.46%, 전 세계 평균은 10.94%. 실제로 한국의 상위 작업 세 개가 전부 자료 검색·조회입니다. 리서치를 더 쪼개면 제일 큰 덩어리가 투자·구매 조사(4.42%, 그중 투자 리서치가 3.5%)고, 그 다음이 창업 관련 3.1%.

그리고 취미. 한국 6.44%, 전 세계 평균 9.49%. 핀란드 14.23%, 아이슬란드 13.9%, 미국 13.59%, 아일랜드 13.07%. 대충 잘사는 나라일수록 취미 비중이 올라가는 경향이 눈에 보이는데, 한국은 사용 지수 14위(3.78)면서 취미 비중은 카자흐스탄(9.99%)이나 키르기스스탄(10.22%)보다도 낮습니다. 업무 비중은 47.24%로 전 세계 43.36%보다 높고요.

이거 보고 웃었습니다. ㅋㅋㅋ

물론 '재미있다'의 기준은 전적으로 저입니다. 제가 여기 살아서 재밌는 거고, 다른 나라 사람이 자기 나라 칸을 열면 저랑 완전히 다른 데서 웃겠죠. 지도로 만든 이유가 그거이기도 합니다. 순위표는 남의 이야기지만, 지도는 자기 나라를 먼저 누르게 되니까.

5겹 — 대시보드를 안 만들기로 한 결정

벗기면 나오는 것: 아티초크와, 13분짜리 회의.

Economic Index 커넥터는 방법론까지 블로그에 공개된 귀한 스냅샷입니다. 어떤 대화를 "리서치"라 부르고 어떤 걸 "교육"이라 불렀는지, 그 칼을 어디서 나눴는지까지 들어 있습니다. 물론 각국에서 구독에 접근 가능한 층은 아직 한정적이고, 데이터에도 "실제 직업 구성이나 사회 구조와는 무관하다"는 면책조항이 붙어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할 걸 대답해주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롭고요.

어쨌든 뭔가 만들고 싶었는데, 대시보드는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커넥터의 제일 좋은 점이 대시보드가 없다는 것이거든요. 무슨 통계를 봐야 하는지 가이드가 없습니다. 연결하고 나면 남는 건 나와 모델 사이의 채팅뿐입니다. 여기서 저는 그 임원 같은 전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임원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예전에 보고서를 쓸 때 수많은 숫자를 놓고 엑셀로 별짓을 다 해서 예쁜 걸 만들었습니다. 숫자를 어떻게 쌓을지, 뭘 빼고 뭘 남길지를 몇 주 동안 결정했습니다. 그 작업의 마지막은, 13분쯤 짬을 내 참석한 임원 앞에서 슬라이드가 0.5초 지나간 것이었습니다. 코멘트는 한 문장.

"So what?"

정제 과정에서 쌓인 숫자의 무덤 위에 올라간 데이터. 결정권자가 원한 건 결국 간단한 홀짝 베팅이었습니다. 표를 보고 "그래서 이게 뭔데, 뭐 하라는 건데"라고 자연어로 질의하면 인간이 대답했습니다. 아, 그때 내가 LLM이었구나.

아티초크 다듬는 걸 보면 저걸 저렇게까지 쳐낸다고? 저런다고? 싶다가, 결국 손톱만 한 게 남는 걸 보게 됩니다. 통계 작업이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딱 한 번의 경험이었지만요.

물론 제가 인사이트가 없으면 커넥터 앞에서도 고만고만한 게 나오겠지만요.

심(心)

다 벗기면 남는 것.

지도 위에서 클로드 마스코트가 꼬물꼬물 움직이면 좋겠다.

여기서 시작했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손톱만 하죠.


이 글이 보여주지 않기로 한 것

사이트 시작 페이지에 두 번 필터링되었다고 적어놨으니, 이 글에도 같은 걸 적어두는 게 맞겠습니다.

  • 101개국. 남은 나라들은 여기 없습니다. 잘려나간 쪽이 훨씬 많습니다.
  • 잘 안 된 쿼리들. 표준편차 이전에 시도했다가 버린 축들. 지금 기억이 흐릿해서 복원 못 합니다.
  • 얼마나 걸렸는지. 안 셌습니다.
  • 통계적 유의성. 국가별 차이가 유의미한지 저는 모릅니다. 검정 안 했습니다.
  • 모델 없이 했으면 어땠을지. 비교군이 없습니다. 이 글의 "Claude가 지적했다" 부분은 전부 반증 불가능한 자기 보고입니다.
  • 누가 썼는지. 데이터는 "교사가 쓴다"가 아니라 "교사가 흔히 하는 일에 쓰인다"고만 말합니다. 위에서 제가 상상한 얼굴들은 전부 제 상상입니다.
  • 재미의 기준. 흥미롭다고 적은 것들은 전부 제 기준입니다. 저는 한국에 살고, 통계는 잘 모르고, 아프리카에 딱 한 번 가봤습니다.
  • 직업과 사회. 이 숫자는 관측된 사용량이지 고용도 노동시장도 아닙니다. 추세도 없습니다. 한 시점의 스냅샷 하나뿐입니다.
  • 결론. 이 데이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전히 모릅니다. 스냅샷을 남겨두는 일 자체가 새롭고 흥미롭다는 것 말고는 아직 할 말이 없습니다.

숫자 출처와 방법론: Anthropic Economic Index (2026-05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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